지금은 물 분쟁이 터지면 조정할 권한을 가진 기관이 없다. 정치권으로 비화돼 줄다리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문제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환경문제가 아니라 정치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현행 물 관련법은 따로 놀고 있다. 하천 종류에 따라 규제하는 법과 관리 주체가 다르다. 하천법은 국토해양부, 소하천 관리법은 행정안전부, 낙동강특별법은 환경부가 집행한다. 둑은 국토해양부 소관이지만 하천과 댐의 수질보전대책은 환경부가 맡고 있다. 하천 크기에 따라 국가하천은 국토해양부, 지방하천(1, 2급)은 광역자치단체(시·도), 소하천은 기초자치단체(시·군)가 관리한다.0001000001.JPG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물 분쟁이 터지면 갈팡질팡이다. 남강댐 물의 부산 공급 문제도 국토해양부가 추진 중이지만,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을 관리하는 환경부는 뒷짐이다. 전문가들은 물 관련 법령의 개선과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물 관련 기본법은 노무현 정부 때 입법예고까지 됐으나 제정되지 못했다. 지금은 물기본법으로 바뀌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시민환경단체 ‘물포럼 코리아’ 최충식(37) 사무처장은 “물 소유권은 공공자산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모아 조정·결정할 기구가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물 분쟁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지만 협상과 타협을 통해 슬기롭게 해결한 곳도 있다. 주로 혜택을 보는 지역이 피해를 보는 지역에 적절한 보상을 해주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보상 수준을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용역 결과를 따르거나 제3자의 중재로 풀리기도 한다.

전북 임실군과 정읍시·김제시는 지난해 말 옥정호 물 분쟁을 타결했다. 분쟁은 지난해 4월 임실군이 옥정호 물을 먹는 정읍·김제에 물 이용 부담금을 연간 5억원에서 23억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8개월간 다투자 전북도는 갈등조정협의회를 수차례 열어 합의를 끌어냈다. 하루 2만3000t을 쓰는 정읍이 연간 10억원, 1만4000t을 쓰는 김제가 6억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임실군도 23억원을 요구했다가 30% 줄어든 16억원으로 낮추었다. 

대전시·충남·충북 등 충청권과 전북도는 용담댐(전북 진안군, 총저수량 8억1500만t)이 2000년 10월 담수를 시작하면서 물 배분량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전북 인구를 2021년 389만 명으로 잡아 하루 135만t을 전주권에 공급하고, 금강 수계인 충청권에는 43만t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전시 의회는 인구가 잘못 책정됐다며 법원에 ‘담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심한 진통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충청·전북 환경단체들이 중재에 나선 끝에 연구 용역을 의뢰, 그 결과를 수용하면서 3년 만에 매듭지었다. 

중앙일보 김상진 기자